[진국인 더뉴그레이] 왜 60대는 틱톡하면 안되나요?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배 나온 부장님? 형형색색의 등산복? 그런데 여기, 모든 고정관념을 벗어던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발의 인플루언서 '아저씨즈'인데요. 60대 아저씨들이 '힙'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60대는 틱톡하면 안 돼?"라고 세상에 물음을 던지는 더뉴그레이의 권정현 대표를 만났습니다.
세상이 더 젊어지는데 진국인 더뉴그레이 권정현
더뉴그레이와 활동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시니어 패션 콘텐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더뉴그레이의 권정현입니다. 더뉴그레이는 평범한 아빠들을 메이크오버하는 '아빠 프사 바꾸기 대작전'과 아빠들을 멋진 시니어 패션 인플루언서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니어들이 좀 더 젊고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회사입니다.
이름을 지을 때 '시니어'라는 단어는 최대한 안 쓰려고 했습니다. 계속 노화되고 그 안에 갇힐 것 같았거든요. 검색해 보니 '그레이 맨', '그레이 우먼' 이라는 키워드가 쓰이더라고요. 상징적인 의미의 '그레이'와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갈 거라는 의미의 '뉴'를 붙여서 '더뉴그레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공대를 졸업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패션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되신 건가요?
남성복 박람회에 참석한 패션디렉터 닉우스터의 사진을 우연히 봤어요. 그걸 보는 순간 그냥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많으면 밝고 즐거운 사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패션으로 중장년층의 분들과 함께 울림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계기가 돼 창업했습니다.
시니어 모델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기꾼 취급도 많이 당하셨다고요?
모델이라기보다는 그냥 같이 사진 찍을 할아버지, 아저씨를 캐스팅하러 다녔어요. 처음엔 거의 잡상인 취급을 당했죠.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집 근처 카페에 정말 멋진 할아버지를 발견했어요. 이분이랑 함께하면 내가 그린 초석 정도는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보여드렸고, 같이 하자고 말씀드렸어요. 그분이 바로 저희의 첫 모델 '만수'님이세요.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을 것 같아요. 더뉴그레이의 초창기는 어땠나요?
서울시에서 준 예산 100만 원과 제가 아르바이트로 번 월급으로 옷을 사서 시작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주로 골목에서 사진을 찍었죠. 카메라도 없어서 화질이 안 좋은 핸드폰 카메라로 시작했어요. (웃음) 그렇게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삽시간에 퍼지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죠. '이런 할아버지가 있어?' 하는 반응이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실패 후 다시 일어서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동력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생계를 유지하려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취업도 했는데 너무 재미없었어요. 빚이 생길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돈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하는 게 더 우선이었어요. 남이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삶에서 오는 불행함이 마음을 힘들게 하더라고요. 시니어 패션 산업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중년 남성에 대한 편견은 없었나요? 있었다면 편견과 부딪힌 적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권위적이거나, 무능하거나. 어릴 적 중년 남성의 이미지는 이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중년 남성들이 지키려는 '체면'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딸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내가 이런 걸 왜 해.", "괜히 신청해서 사람 귀찮게 해"라고 하시니까 장시간 촬영을 하는 입장으로서는 마음이 아주 불편했죠.
그런데 한 번, 두 번 촬영하다 보니까 저부터도 편견이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겁나서 그러신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칭찬도 많이 해드리고 옷도 멋지게 입혀드리면 정말 좋아하세요. 한두 장이라도 더 찍고 싶어 하시고,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도 바꿨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도 하셨어요. 실제로 만나보면 우리랑 세대가 다를 뿐이지 멋있고 밝고 젊어지는 걸 좋아하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아빠 프사 바꾸기 대작전'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분이 있으신가요?
와디즈 첫 번째 펀딩 때, 부모님이 이혼 조정 기간이었는데 이 계기로 혹시 사이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청한 분이 있었어요. 아버님을 말끔하게 입혀드리고 꾸며드리니까 사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날 명동 성당 쪽에서도 사진을 찍었는데 비가 왔어요. 좋은 환경은 아니었죠. 그럼에도 두 분이 마치 신혼 사진 찍는 것처럼 입맞춤도 하시고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습니다. 현재는 잘 지내신다고 들었어요.

아저씨즈가 큰 화제가 됐는데요,
아저씨즈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아저씨즈는 시니어 남자 8명으로 구성됐고, 패션 콘텐츠를 만드는 인플루언서입니다. 주로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SNS 플랫폼에서 활동합니다. 대한민국 중장년 남성이 정말 많은데, 그분들을 모두 메이크오버해 드리면 좋겠지만, 현실 불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중장년층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시초가 되어 닉 우스터 같은 멋진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뉴그레이의 패션 철학은 뭔가요?
기본적인 옷으로 고전적인 룩을 먼저 만드는 것이 저희가 유지하는 패션 철학이에요. 스타일이 한쪽으로 완전히 치우치면 경계를 허물 수 없어요.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가 엄청난 레드오션이라 주목받기 위해 특이하고 화려한 옷을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릿 브랜드, 특이한 브랜드, 평범한 브랜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곳이 되려면 기본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니어 패션 스타트업 대표로서 대표님이 바라는 중년의 이미지가 있다면?
'중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등산복, 줄무늬 셔츠 같은. 그 관점을 완전히 비틀어서 파티옴므의 백발 중년 아저씨들의 룩으로 한국 아저씨들의 패션에 대한 관점을 옮겨놓는 게 목표예요.
패션은 삶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옷을 어느 정도 갖추고 나면 을지로에 있는 위스키 바에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성수동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패션을 바꾸는 게 출발이고 삶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SNS 팔로워가 총 50만 정도 됩니다. 작년 이맘때에 비해 25배 성장했어요. 사실 다른 인플루언서에 비해 적지만, 저희 영역에서는 매우 큰 수치랍니다. 누적 뷰는 1억 정도 될텐데 신기하게도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오고 있어요. 한국에서 멋진 어른으로 자리 잡기 위해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후에 해외 진출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저희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은퇴하신 중년층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일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뭔가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생산적인 활동이 젊고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소통의 창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은 여전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패션'이라는 매개체로 편견을 깨고 '도전'이라는 용기로 아저씨들을 멋쟁이 신사로 바꾼 더뉴그레이와 아저씨즈. 이들이 바꿀 세상이 더욱 기대됩니다.
▶ 해당 콘텐츠는 와디즈 블로그에 먼저 소개됐어요. 블로그의 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확인해 주세요!